2008년 03월 28일
상크트 파울리 전에서 골을 터뜨리는 롭 프렌드(가운데)text by Masazumi Ando
photograph by Getty Images/AFLOtranslation by Hongdon
이번 호의 컬럼은 이상한 제목으로 시작하고 말았다.
본론으로 들어가 우리는 '친구'를 영어로 프렌드(Friend)라고 부른다
게다가 첫만남에서 "I am Friend"라는 말로 대화를 풀어나갈 때 자연스럽게 친근감을 낳는
효과까지 있는 모양이다. 그럼 과연 이번 호의 제목의 뜻은 무엇일까. TV에 흐르는 TV광고제목일리도 없고,
프렌드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 실제로 있을 리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진짜 있었다!
독일 2부리그의 강팀 보르시아 뮌헨글라드바흐의 포워드 롭 프렌드. 그는 리가 데뷔 첫해인 올해 24시합에 출장,
15골을 뽑아내는 득점력으로 득점랭킹 2위에 올라있고, 팀의 1위 독주의 견인차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를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아마 대부분 모를 것으로 예상하나) 조금 설명하자면, 캐나다 국적으로 미국대학을
졸업한 뒤, 노르웨이와 네덜란드의 약팀들을 거쳐 올시즌 보루시아 뮌헨글라드바흐로 이적해왔다.
전 소속팀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몰데 FK, 모스 FK, 알메로 헤라클레스등 약소팀들이다. 클럽관계자는 처음
그가 왔을 때 "대체 (프렌드란 놈이) 어느 나라의 어떤 선수냐. 선수로 뛸 수 있긴 한거냐"고 책임자를 질타했다고 한다.
거기에 그가 캐나다인이라는 이유로 "그 캐나다친구가 (인근에 위치한) 퀼른의 아이스하키팀과 (우리 팀을)
착각 한 모양"이라며 뼈있는 농담을 날리는 관계자나, 그를 데려오며 헤렌벤에게 120만 유로를 지불하는 것을 불쾌하게
여긴 관계자까지 있었을 정도였단다.
하지만 그의 '친구'가 친절하게 옆에서 보살펴준 덕에 프렌드는 포텐이 터지고야 말았다.
프렌드의 친구가 되어준 것은 바로 전 독일대표인 찌게 보루시아 MG의 제네럴 매니저.
연습이 끝난 후의 특별 슛 연습을 도와주고, 여러가지 조언을 구체적으로 해주는 등, 프렌드의 성장을 철저하게
곁에서 도왔다. 찌게의 눈에는 처음부터 프렌드가 "독일에서 통할 것"임이보였던 것이다. 또 개막 3연전동안
그를 교체로만 사용하는 감독에게 "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선수인데 왜 기회를 안 주느냐"고 강력한 항의를 해,
프렌드에게 찬스를 만들어 준 것도 그였다.
그리고 프렌드는 4라운드부턴 풀타임 출장과 동시에, 6경기 연속골을 뽑아내는 대활약을 보였다. 해트트릭 1회,
도페르파크 (1경기 2골) 3회는 2부리그에서도 좀처럼 볼 수 없는 위업이었다. 보루시아 이적직전에 결혼,
"정신적으로 안정된 것이 컨디션으로 직결됐다"는 그의 말처럼 결혼 또한 행운으로 작용했다.
195cm/94kg이라는 거대한 체구로, 비슷한 체형으로 독일무대를 휩쓸었던 전체코국가대표 포워드인 얀 콜러와
비교되긴 하지만, 프렌드의 헤딩은 콜러의 그것과는 전혀 달랐다. 머리에 의한 골은 겨우 3골 뿐. 함께 투톱을 맡고
있는, 프렌드보다 12cm나 작은 레슬러는 8골 중 6골이 헤딩에 의한 골이라 오히려 그 차이가 더욱 눈에 띈다.
하지만 좌우양발에서 뿜어져나오는 강렬한 슛이 그의 진정한 무기이다. 게다가 골에 대한 강한 집착과
강한 수비수들을 상대로 동요하는 법이 없는 등 정신력을 지녔다. 큰 나무같은 발에 볼이 닿는 순간은, 그라운드에서
가장 가까이 있었던 카메라맨의 말을 빌려 표현하자면 "소리가 다른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고 할 정도.
상황이 이렇게 되자, 다른 팀에서도 자연스레 그에게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랑스의 파팡감독은 프렌드의 에이전트를 통해
"불과 몇개월만에 이렇게 성장할 줄은 꿈에도 몰랏다. 약점으로 평가되는 헤딩조차도 저정도로 강력한 두 다리가 있다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라고 전했고, 언제라도 협상테이블을 차릴 기세다. 프리미어리그에서도 이미 공식레터가 접수되어있고
특히 그중에서 맨체스터시티가 강렬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후문. 물론 분데스리가 1부팀들 또한 프렌드를 놓칠 리가
없다. 바이에른을 제외한, 리가 1부 팀들에게 프렌드는 대단히 매력적인 선수이며 HSV가 그중 가장 적극적이라 알려졌다.
리그전을 이 상태로 이어간다면, 내년 시즌 1부 승격팀 중 한자리는 보루시아MG가 가져갈 전망이다.
팀의 승격에 공헌하여 주가를 높힌 프렌드이지만 골을 너무나도 넣은 탓에 문제 또한 동시에 발생하고야 말았다.
프렌드의 잔여 계약기간은 앞으로 2년. 본인은 "글라드바흐를 사랑한다"며 의례적인 발언을 하긴 했지만
"만약 큰 찬스가 주어진다면 진지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이적을 긍정적으로 검토할 뜻을 내비쳤다.
그렇다면 보루시아MG 측은 그를 잔류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인가.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것이다.
보루시아MG의 예산규모로는 프렌드 1명에게 수백만 유로의 연봉은 절대 지불할 수가 없다. 만일 그에게
수백만 유로를 지불하게 된다면 보루시아MG 팀자체가 흔들리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보루시아의
재정책임자는 "고액연봉의 스타선수를 고용할 여유가 없다"고 단언, 내년 시즌이 다가오기 전, 프렌드를
이적시킬 것이라는 방침을 시사했다.
친구는 누구에게나 중요한 존재다. 하지만 친구와 작별을 고할 시기 또한 누구에게나 언젠가 오기 마련이다.
이름이 이름인만큼, 프렌드의 활약은 기쁘기도 하지만 그가 만든 골이 그를 이적시키는 것에 보루시아MG의
팬이었던 내가 조금은 안타까운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
# by 홍돈 | 2008/03/28 20:30 | └Europe | 트랙백 | 덧글(9)